
집행자 히데오님,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희는 무기를 집어넣은 채 평화롭게 접근했습니다. 저희가 본 것은... 집행자님, 수성은 아름답고도 으스스한 곳이었습니다. 하강하는 동안 목적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도시를 그리며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벡스 빛을 발견했습니다. 첨탑은 벼락과 함께 번뜩였고, 타버린 바위의 희뿌연 내음 또는 어떤 악취가 도시 크기의 회로 형태로 깎인 지역 전체에 바람을 타고 번지고 있었습니다. 여행자가 거쳐 간 행성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남아있었는데, 아무래도 벡스가 이를 없애버리진 못한 듯했습니다.
수성 지표면에서 보이는 태양은 지나치게 컸고 희미했습니다. 어쩌면 벡스 건축물이 상을 흐려 그리 보이게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또는 수성이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지도요. 우리는 한동안 가만히 태양의 불꽃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로인해 시간이 지체된 건 오롯이 저의 책임임을 밝힙니다.
저희가 초대받은 곳은 오시리스 교단이 머무는 캠프로 보였습니다. 미광체, 각종 장비 그리고 책이 보관되고 있는 창고도 발견했습니다. 재래식 비행정 한 대가 무방비하게 놓여 있기도 했습니다. 건축물은 명백히,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벡스의 작품임이 자명했습니다만, 각종 천과 기원을 알 수 없는 의식용 기구로 드넓게 치장되어 있었습니다.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전 저희가 감시당하고 있다고 확신했고, 고스트에게 가능한 한 붙어 있으라고 했습니다. 제 화력팀 중 한 명은 세 겹의 별* 교단과 접점이 있는지 찾아보자고 제안했으나, 이와 관련된 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오시리스 교단이 남긴 여러 조각품과 자질구레한 장신구를 조사했고, 화력팀 전원이 하나둘 기묘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엑소인 이는 그녀가 미로 또는 기계장치 가장 밑바닥의 작은 크레바스에 갇힌 듯한, 아주 거대하고도 작동하는 어떤 덩어리 밑에 파묻혀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각성자인 이는 그녀가 행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예측한 메아리가 무한히 그 선택을 반복하고 실행하는 듯한 데자뷰에 계속 사로잡혔습니다. 그녀는 점점 불안증세를 보이며 까탈스럽게 굴었고, 저희가 포위당했다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저는 낮은 울림과 마치 상처에 자갈을 문대는 듯한, 오물이 온몸에 엉겨 붙는 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주변 공간으로 스며들 듯, 내재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굉장히 불쾌했고 이질적이었으며, 제 모든 행동이 이미 결정된 필연처럼 여겨졌습니다.
제 고스트가 말하길, 여행자가 수성을 어떤 모습으로 가꾸어 놓았지만 벡스가 이를 먹어치웠다고 합니다.
저희는 이내 저희를 위해 남겨져 있는 보물을 챙겨 서둘러 떠났습니다.
이상입니다. 이 정보가 저희의 목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번역 출처: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