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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 융합의 시즌 (15시즌)


I - 매복

카이아틀은 기함의 함교에 서 있었다. 구축함급 전함 여섯 척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몇 주 동안이나 첩보를 입수하고 한 줌의 첩자들을 사지로 내몬 후에야 그녀는 우주의 한 지점을 찾아올 수 있었다. 찰나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거대한 강화 유리 창문이 여제의 발밑에서 함교의 천장까지 이어졌다. 창문 너머로 죽음처럼 고요한 하늘색 깃발이 먼 곳의 각성자 리프를 흐릿하게 가리고 있었다. 카이아틀이 서 있는 곳에서, 리프는 그녀의 말 한마디면 휩쓸려 사라져 버릴, 현란하게 아른거리는 진흙탕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보좌관들도 그런 얘기를 너무 자주 언급했다. 한 도시와의 흐지부지했던 분쟁 때문에 그들은 다른 도시에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불필요한 일이 자꾸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움직이지 않는 깃발 너머 카이아틀과 리프 사이의 우주에서, 공작석 색이 맴도는 의지의 줄기가 그녀와 아른거리는 모래 사이의 공간을 찢어 열었다. 군체 장인들이 만들어 낸 길고 검은 군체의 굴대가 가장 먼저 균열을 관통했고, 이후 여제의 기함보다 두 배는 클 것 같은 거대한 무덤 모함이 그 뒤를 따랐다.

카이아틀이 함교의 사관들에게 말했다. "저들이 통과해서 달아날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려라."

여제의 구축함이 반대쪽에서 적의 측방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카이아틀은 기함에 거대한 무덤 모함의 위쪽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균열이 닫히고, 기갑단 통신 장치에 명령이 내려졌다. "공격 개시."

구축함 여섯 기가 교란 공격을 시작했다. 소리 없는 대포의 포탄이 폭발하고, 카이아틀은 거기에서 방출된 압력파가 온몸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무덤 모함과 기갑단 전함이 참혹한 함포 사격을 교환했다. 교란 작전은 효과가 있었다.

"적의 정중앙으로 향해라. 승선함 선원들을 출동시켜." 카이아틀이 외쳤다. "적의 함교를 장악하면 내게 보고해라."

줄지어 선 흑요석 이빨 안에서 끓어오르는 가마솥처럼, 무덤 모함의 주포 안쪽 깊은 곳에서 에메랄드빛 불길이 차올랐다. 거대한 생물의 척추뼈로 만들어진 포신에서 일만 개의 군체 룬이 환하게 타올랐다. 무덤 모함은 재앙의 불길을 내뱉어 아무렇지도 않게 선봉의 기갑단 구축함 두 척을 소멸시켰다. 몇 걸음 앞으로 나선 카이아틀은 구축함 두 척의 선체에서 영혼불꽃의 폭발이 연이어 솟구치는 모습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 함포를 다시 발사하게 해선 안 돼! 아군 구축함을 지켜라!"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항해사를 바라봤다. "함선을 최소 도약 속도까지 끌어올려라. 주 추진기에 전 동력을 공급해!"

카이아틀이 손가락으로 무덤 모함을 가리켰다. "공성추를 준비하고 충격에 대비해라!"

기함이 무덤 모함을 향해 돌진하며 모든 함포로 탄두를 쏟아부어 모함의 외피를 약화시켰다.

카이아틀은 함교의 군단병 승무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뒤쪽 창문 너머에서 무덤 모함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내 방패를 가져와라."


리프 반대쪽에서 마라 소프 여왕은 꿈의 도시의 조리개를 통해 국경 지역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서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여왕의 얼굴을 뒤덮은 뜻 모를 표정이 조금씩 뒤틀렸다. 페트라는 조금씩 긴장하는 몸짓에서 여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기를 바랐지만, 한 포식 동물이 다른 포식 동물의 체격과 힘을 가늠하려는 차가운 시선만 보일 뿐이었다.

페트라는 마라가 무의식적으로 어루만지고 있는 칼을 바라보다가, 전에는 눈치채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서로 날개가 뒤엉킨 한 쌍의 황조롱이가 칼날에 새겨져 있었다. 워낙 섬세한 각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눈을 가늘게 뜨고서야 그 실루엣을 알아볼 수 있었다.

페트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여왕 폐하?" 그녀가 말을 해 봤지만, 마라는 전장의 광경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우리가 사라진 테키언을 구출하는 일에 집중하는 동안 카이아틀이 전쟁으로 시부 아라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해줄 것이다." 마라는 말했다. 그녀는 칼끝으로 손바닥의 가장 긴 선을 따라 그렸다. "그중 어느 쪽도, 상대의 위협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꿈의 도시에 대한 전면전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사바툰이 먼저입니까?" 페트라가 과감하게 물었다.

마라의 엄격한 얼굴에 금이 갔다. 그녀는 칼날을, 쌍둥이 황조롱이를 내려다보았고, 자신의 반영에서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를 보았다.

"사바툰이 먼저다." 여왕도 동의하고는,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무기를 칼집에 집어넣었다.


II - 비둘기와 융합자

세인트-14은 고스트 제페토와 함께 회색 비둘기 도약선에 앉아 있었다. "내게 혼자 가지 말라는 거야?"

"혼자서는 안 돼요, 세인트. 그 행성계는 지금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요."

세인트는 한숨을 쉬었다. "탑에 있는 수호자들이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내게 오시리스는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고 있어. 그럴 수는 없다, 제페토."

"그러면 수호자에게 부탁하지 마세요." 제페토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섕크 수리를 마친 미스락스에게 봇차 구역으로 전송되어 나타나는 세인트-14의 모습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출현에 깜짝 놀란 엘릭스니 한 쌍에게 세인트가 멋쩍게 인사하는 모습을 미스락스는 가만히 지켜봤다. 수호자는 고개를 숙였고, 엘릭스니도 주저하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세인트-14은 미스락스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작업장에 들어와도 되냐고 묻는 눈치였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미스락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입구로 들어서는 세인트-14을 환영했다.

"벨 아스크." 세인트는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미스락스는 달그락거렸다. "벨라스크, 세인트."

"둘이서만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미스락스는 범선에서 떼어 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문을 닫고 걸쇠를 걸었다. "편하게 얘기해라."

"평소 같았으면 이런 부탁을 하러 여기까지 찾아오지는 않았을 텐데," 세인트는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빛의 가문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

세인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시리스, 아니 진짜 오시리스 때문이야. 사바툰이 그의 모습을 취하면서 진짜 그를 어딘가에 감춰 뒀다. 아니, 적어도 그 마녀가 그랬다고 말했어."

미스락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진짜 오시리스는 잘못이 없는 건가? 모든 게 우리 생각만큼 암울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런 것 같아. 오시리스를 찾아야 해. 마녀 여왕의 유리한 조건을 빼앗고 싶다. 그녀를 무너뜨린 후에는, 리프의 여왕이 마음대로 해도 좋아." 세인트는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라 소프가 돌아왔나?" 미스락스는 재호흡기 안쪽에서 날카롭게 숨을 들이쉬었다. "장대한 계획이 움직이고 있군. 내가 뭘 도우면 되겠나?"

"사기라가 떨어진 정확한 지점을 찾고 있어. 사바툰이 오시리스를 거기에서 붙잡은 게 분명해." 세인트는 말했다.

"늑대의 가문에서는 존경심과 함께 사기라라는 이름을 많이 언급했다. 땅거미 가문에서 모든 가문에게 사기라가 지구의 달에 떨어졌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나 또한 알지 못한다. 그게 어디든, 그녀가 빛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길."

"그녀가 그리울 거야." 세인트는 경애의 뜻으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오시리스의 마지막 교신은 달의 표면 아래에서 발신됐어. 하지만 피라미드가 간섭하는 바람에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지. 그냥 수색하기에는 너무 넓은 지역이라서 말이야."

"군체의 기계들에는 영혼이 없다. 병든 구조물이기 때문에 융합자의 건틀릿으로도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미스락스는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난 세인트를 돕고 싶다. 세인트가 미스라악스와 빛의 가문을 도와준 것처럼."

"그러면… 같이 찾으러 가 주면 정말 고맙겠는데."

미스락스는 잠시 상념에 빠졌지만, 이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유로파의 벡스는 처치한 수호자에 대한 기록을 보관한다. 고스트도 마찬가지겠지. 그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사기라의 묘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라고?" 세인트가 외쳤다.

"그들이 어둠에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스라악스도 수호자의 팔에 융합자의 기술을 더하기 위한 지식을 찾아 그들의 네트워크를 탐험했을 때, 그런 기록을 본 적이 있다."

"마치 워록처럼 얘기하는군. 좋아, 믿겠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줘."


"유로파," 세인트가 불쑥 말을 뱉었다. "좀 더 따뜻한 곳으로 갔으면 좋지 않았겠어?" 아스테리온 심연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서, 그는 공성 망치 참새에서 내려서며 물었다. "난 수성의 시뮬레이션 태양이 더 좋은데."

미스락스도 세인트 옆에서 내려섰다. "유로파에 있는 벡스 조리개를 이용하면 아주 독특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겐 그런 기회가 필요하다."

세인트는 양쪽 어깨를 돌렸다. "벡스 정신을 박살 내고 그 두뇌를 열쇠처럼 쓰자는 거지. 그래, 그래. 새로울 것도 없네. 내가 무한의 숲에서 어마어마한 세월을 살아왔다는 걸 잊은 모양이지."

"잔혹하지만 적절한 설명이군." 미스락스가 달각거렸다. "벡스 정신을 끌어내야 한다. 여긴 오버라이드 통합이 아직 남아 있어. 빛은 힘을 준다."

"너는 컴퓨터 구멍을 융합해. 내가 정신을 박살 낼 테니." 세인트는 앞으로 걸어가다가 우뚝 멈춰 섰다. "날 컴퓨터 구멍에 떨어뜨리지는 말고."

"미스라악스가 세인트에게 미리 경고해 주겠다."

"잊지 말라고." 세인트가 엘릭스니를 향해 돌아섰다. "추위에 관한 얘기는 농담이었어, 빛의 친구. 그래도 네가 함께 있어 줘서 정말 기뻐."

"나 또한 같은 기쁨을 느낀다, 세인트."

그들은 함께 걸었다. 미스락스는 빠르게 통합을 완성했다. 사격이 쏟아지고, 보라색 피난처가 그의 주위로 형성되었다. 그는 세인트의 보호막 안에서, 두려움 없이 명민한 눈을 떴다.

벡스는 아주 많았다. 그들도 세인트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다. 정신은 부서졌다.


III - 뼈에서 되살아난 자

죽음의 기사 켈고라스가 승천 차원 깊은 곳, 안개로 뒤덮인 뼈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위 지면에서 영혼불꽃이 가라앉았다. 그는 제단에 이마를 대고, 갓 흘러나온 피로 시부 아라스의 인장을 그렸다. 이미 수없이 많은 인장이 켜켜이 쌓여 왔지만, 자신의 피로 그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헌신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이단자 자매를 거부하기 위해서였다. 전쟁에 자신을 새롭게 바치기 위해서였다.

승천의 하늘이 주위에서 휘돌았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번 생의 첫 호흡이었다. 그는 눈앞의 제단을 바라보았다. 처단한 도전자들은 모두 으깨져서 두개골을 가득 채운 채 놓여 있었다. 정복의 장신구와 오래전 사용한 무기가 제단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채우고 있었다.

그는 적을 상대할 준비를 하면서 그것들을 바라봤다.

떠나간 진홍 마법사에게 선물로 핵을 내준 후 텅 빈 채 남겨진 고스트. 그 수호자는 그를 여러 번 처치했지만, 그는 켈고라스였기에 전투를 통해 되살아났다. 그 어떤 수호자도 그에게서 달아날 수는 없었다. 수호자란 죽음의 전령이고, 그는 그들의 여파를 마음껏 누볐다.

그의 눈이 다른 정복의 증거로 향했다. 각성자 테키언의 이마에서 뜯어낸 결정체 임플란트였다. 그는 지난 사흘 동안 지맥을 따라 그녀의 공포가 발산하는 악취를 추적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발견했을 때, 테키언은 승천 차원을 그의 머리 위에 떨어뜨렸다. 그는 그런 속임수에 두 번 다시 속지 않았다.

그는 다음 생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테키언의 마지막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네 키틴질 껍질 안의 진홍색 얼룩이 아직도 보인다. 그렇게나 빨리 마녀 여왕을 버린 것이냐."

켈고라스는 사바툰을 저버렸던 밤을 떠올렸다. 그날 밤, 그는 지옥문 안쪽 깊은 곳의 절단 침상에서 자기 몸의 진홍빛을 모두 닦아냈다. 오시리스가 크로타의 친족을 모두 도살하던 날 밤이었다. 사바툰은 너무 약해서 그들의 죽음을 허락했다. 집전 사제에게, 수호자에게도 영토를 양보했다. 시부 아라스는 그들에게 복수했다. 시부 아라스는 오시리스의 빛을 취했고, 켈고라스는 복수의 맹세로 거기 화답했다.

그는 이단자 자매의 흔적이 없는지 찾아내 자신의 서약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의 부관인 후르두르는 여전히 사바툰에게 복종하는 기사였다. 후르두르가 아주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전투를 통해, 켈고라스는 새로운 신이 존재하는 걸 확인해 줄 것이다. 피를 통해 사바툰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시부 아라스의 이름을 그 자리에 올릴 것이다.

그는 일어섰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쓰러질 때까지 지니고 있을 대검과 방패를 들었다. "후르두르." 그는 뼈를 향해 속삭였다.

오늘 밤, 그는 죽음으로 자신을 정화할 것이다.

*켈고라스— 시즌 첫 임무: 고치에서 등장하는 군체기사


IV -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