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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
있잖아, 난 자발라와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어. 그 옛날 처음 탑에 도착했던 때 날 맞이해 준 사람이 바로 자발라였지. 물론 "맞이했다"고 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말이야. 그 말에서는 어딘가 정이나 온기 같은 게 느껴지잖아. 그런데 자발라는… 만나 봤지? 많이 무뚝뚝한 편이야. 안타깝게도 붉은 전쟁을 거치면서 더 그렇게 됐어. 물론 우리도 모두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됐지만. 어쨌든 처음 그를 만난 후에는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 뒤엔 가능한 한 자발라를 피하려고 했어. 물론 가끔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
그날의 만남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탑에서 처음으로 여명을 맞았어. 모두들 잔뜩 들떠 있었지.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웃어 주고 축배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니 참 기분이 좋았어. 테스와 내가 장식을 막 마쳤을 때, 테스가 뭘 좀 가지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발라가 내 쪽으로 오기 시작했어. "이런." 난 생각했지. "안 돼, 이 남자는 안 된다고." 아, 하지만 그 사람은 내게 다가왔고, 난 그냥 미소를 지으며 여명 복 많이 받으라고 말했지. 정말로 그 사람에겐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랐거든. 가장 무뚝뚝한 사람이야말로 마음속은 가장 슬픈 일이 많으니까 말이지.
자발라도 내게 여명 복 많이 받으라고 했어. 그런데 그때 그가 미소를 지었지 뭐야! 난 눈을 의심했어! 우린 인사치레를 좀 했고… 내가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길래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자발라가 문득 이렇게 말했어. "아, 그 얘기를 들으니 우스개가 하나 생각나는군!"
우스개라니!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어. 타이탄 선봉대를 대표하는 그 사람은 늘 "우스개 따위 할 시간 없다"고 외치는 듯한 얼굴로 보였으니까 말이지. 그런데 그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나는 그 사람의 자세가 많이 편해졌다는 걸 알았어. 여명의 정신이 이 돌덩이 같은 남자에게도 스며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니까.
요즘은 그런 농담도 일부밖에 기억나지 않아. 아마 수호자와 몰락자 대장과 관련된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가 처음 몇 마디를 자꾸 틀려서 다시 시작해야 했던 건 분명히 기억이 나네. 나는 최대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용기를 북돋았어. 그리고 그는 내가 들은 것 중에서 가장 길고 가장 부자연스러운 우스개를 했지.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던 시간이 나는 좋았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꼈지. 아, 자발라도 진짜 즐거워했다고 맹세할 수 있어.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박장대소했지. 그토록 감춰져 있던 영혼이 그렇게 마음을 열다니, 그야말로 아름다운 순간이었어.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가 자신을 묶어 두었던 경계 밖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존경심을 품었어. 언젠가 나도 그렇게 용감해질 수 있기를 바랐던 기억이 나네. 처음으로 나는 그를 도시의 지도자로서만 존경하지 않았어. 처음으로 인간 자발라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느꼈지. 자발라, 내 친구.
그때 이후로 그는 항상 내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차지하고 있지.
——
걀라르낙서: 에테르 줄기와 맛있는 폭발을 섞고 여명의 정수를 추가한 뒤에 굽는다.
내가 자리를 비우고 농장에 머무는 동안 프레임들이 새로운 탑에서 여명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테스에게 들었을 때는 '날 빼놓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타일러야 했지. '에바, 이런 전통은 너 개인보다 더 중요한 거야. 전통이란 그 전통을 남긴 사람들의 가슴과 정신 속에 살아남아 세대와 세대를 거쳐서까지 살아남으니까!'
이제 난 탑으로 돌아와서 사상 최고로 멋진 여명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 매년 반복할 것이 분명한 전통을 유지해 가고 있지. 아이코라에게 여명의 수정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거 말이야. 해 줄 때까지 계속 얘기할 생각이야.
장식 문제를 논의하자고 약속을 잡았지만, 아이코라는 시급한 선봉대 일로 늘 아주 바쁘다는 건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그녀의 골방에 다가가다가 그 낮은 목소리가 들리길래, 바로 쳐들어가지 않고 살짝 들여다본 거야.
아이코라는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지. 거의 화가 난 목소리였어. "여명 장식이라니! 그런 바보 같은 일을 할 시간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