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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
마라가 선출된 대표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곳은 신성한 불이다. 리프에 버려진 배들 가운데 가장 커다란 선체 중 하나로, 4 베스타 거주지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것이다. 마라가 언젠가 함대를 전부 이끌고 가서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눈앞에서 희망과 두려움에 찬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날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고향의 그림자만 보고도 모두들 달려가 버리면 어떡하나. 기나긴 세월과 수많은 별들을 거쳐 이곳에, 지구 가까이에 도달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만류할 수 있을까?
"마침내 찾아냈다. 인류를, 우리의 선조를."
기쁨과 감격의 함성이 터지자 오싹한 전율이 마라의 등골을 타고 흐른다. 이들 각성자 대부분은 지류 태생이다. 어려서부터 인류와 여행자에 대한 신화를 들으며 자랐다. 그들에게는 이야기책 속 주인공들이 마법처럼 나타나 현실이 된 것이다.
"남은 인류는 하나의 정착지에 모여 사는 모양이야." 마라가 고갯짓을 보내자, 울드렌이 손가락을 튕겨 화면을 띄운다. 겹겹이 둘러싸인 구름과 안개를 지나 맑은 하늘이 홀로그램에 드러나고, 다음 순간 선명한 풍경이 나타난다. 하얗게 덮인 산과 도시, 그 위에 부서진 채로 걸려 있는 거대한 구체까지.
"정지." 울드렌이 명령한다. "저게 여행자다."
흥분에 찬 웅성거림이 들리자, 마라는 울컥해서 고개를 쳐 든다. 이 숭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곳에 떠 있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휴면 상태나 다름없는 여행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세히 관찰하면 마치 몸에서 도려내 따뜻한 물속에 던진 심장처럼, 펄떡이며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지 않은가?) 여행자가 정녕 누구든 지킬 수 있다면, 어째서 조그만 정착지 하나만 보호하고 있나?
실라의 딸 에실라가 군중 가운데 일어난다. 키가 작아 혼자서는 어렵지만 주변에서 열성적으로 에실라를 위로 올려 준다. "뭘 기다리고 있는 거죠? 이걸 찾으러 온 거잖아요! 저들한텐 우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속한 곳이고요!"
울드렌과 마라가 눈빛을 주고받는다. 울드렌이 손가락을 튕기자 화면이 이어서 재생된다.
나무 꼭대기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덮개가 흐려지더니 여럿으로 나뉜다. 마치 뚱뚱하고 날개 없고 성난 잠자리처럼 보이는 적갈색 항공기가 박차올라 신호를 수신하기 위해 기어오른다. 울드렌이 머릿속으로 신호를 보내 카메라가 표적을 따라가게 한다. 상대방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라는 울드렌이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을 상상한다.
잠자리 비행선이 조그만 바늘들을 투하하자, 바늘들은 곧 지저분한 주황색 불꽃과 함께 산개해 울드렌을 향해 날아온다. 울드렌은 방 안 전체에 들릴 정도로 신음 소리를 내며 급격히 방향을 틀어 위로 날아올랐다.
"저 녀석들은 몰락자들이다." 울드렌이 말한다. "우주의 쓰레기 수집가이자 해적질로 생계를 부양하는 족속이지. 저곳에 아주 오랫동안 있으면서 인류가 최초로 몰락하면서 남긴 거대한 정착지는 대부분 약탈했어. 아마 지구에는 몰락자가 인간보다 더 많을걸." 울드렌은 턱을 들어 목을 가로지르는 창백한 흉터를 보여 주었다. "나는 착륙해서 포로들을 찾으러 갔다. 놈이 칼 두 자루를 빼 들었을 때 대비가 되어 있었지. 그런데 알고 보니 팔이 두 개가 더 있더군."
신경질적인 웃음소리.
"그뿐만 아니야." 마라가 손짓으로 심우주 수동 센서 데이터 창을 불러내며 말을 받았다. "놈들은 태양계 전체를 뒤덮었어. 목성과 금성 인근에서 놈들의 함대와 성간 우주선을 탐지했다. 화성에는 가까이 가지 않지만, 거긴 벌써 다른 외계 종족이 장악했기 때문이지. 수성은… 뭐, 보는 바와 같다." 잿더미가 된 태엽 장치가 나타나자 공포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린다. 정원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물체다. "벡스가 한 일로 추측된다. 함선첨탑의 위협 색인에 포함되어 있었던 기계 종족이야."
저명한 역사가인 에실라는 사람들에게 호소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 줘야 합니다. 안 그런가요? 우리가 가야 해요! 우리가 가진 함선들과 기술로 변화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안 돼." 마라는 두 손을 움직여 투사된 이미지를 없앤다. 간밤에 이 문제로 씨름하느라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덕분에 슈어와 침대에서 뒹굴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자신 혼자 내려야 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존재를 드러낼 수는 없다. 몰락자들이 우리를 추적해 올 수도 있으니까. 정보가 더 필요해. 우리의 주된 목표는 이곳 버려진 리프 지역을 보호하고 인구와 산업을 자력으로 일으키는 것, 그다음 태양계 정찰이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