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절 — 벌레의 먹이


만약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음의 가장 친밀한 아군인 내가 이에 대해 고민하는 건 참으로 걸맞은 일이다. 내 두 딸은 죽음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고, 내 아들은 죽음이 기거하는 방식을 연습하며, 내 위업은 궁극적으로 죽음과 같은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이 우주가 무(無)로 변한다면 내가 그 무의 일부분이 되도록 말이다. 희망이 없는 행복한 우주보다 행복한 끝이 찾아오는 잔혹한 우주를 갖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이니.

난 여태까지 수없이 많은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모든 죽음은 일시적이었다.

나의 메아리가, 그리고 내가 물질세계에서 살해당하면 내 왕좌, 드레드노트로 보내진다. 만약 내 궁정과 왕좌가 패배한다면, 만약 내가 내 왕좌에서 도전받고 그곳에서 패배한다면 나는 진정으로 죽게 되고 내 모든 위업은 끝을 맞이한다.

이것은 내가 파멸의 석판을 연구하고 심연의 힘을 휘두르며 맺은 약속이다. 내가 그 힘을 끌어 일으키면 나 자신을 거래에 건 내깃돈으로 사용하는 셈이며, 내 영혼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거다. 신이여 나의 말을 들으라. 나야말로 이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존재이며 이를 증명해 보이리니.

난 최근에야 내가 얼마나 크로타와 내 두 딸, 심지어는 나의 궁정에 의존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것들을 잃는 순간, 거둬들이는 양보다 잃는 양이 많을 것이고 공물은 내 벌레를 먹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모자랄 거다. 하지만 이는 이치에 맞는다. 내가 그들을 잃는다면 그들이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곧 내가 잘못된 아버지이자 형편없는 왕이라는 것이니. 그들이 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과 싸우고 시험해야겠다. 이것이 나의 맹세다.

나는 영원토록 이를 계속해 나가며 모든 것을 이해하리라. 나아갈 길은 오롯이 자신이 개척하는 길뿐이리니. 하지만 그 길이 단 하나여야 할 이유는 없다.

너를 옭아매고 있는 감옥을 부숴라.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라. 그 길에서 형태를 만들고, 네 감옥의 창살을 찾아 부수고 나와 형태를 찾고, 그 길에서 형태를 만들어 빛을 집어삼키고 길을 삼켜라.

만약 내가 실패한다면, 벌레의 먹이가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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