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태그
시즌 -
아이코라,
처음 당신의 은신자로 합류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죠. 전에도 다른 사람들을 믿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런 신뢰는 결국 제 평생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 이어졌어요. 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절 믿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제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당신을 제외하면요. 당신은 언제나 제 동료로 남아 있어 주었어요. 제가 따로 부탁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지금은 부탁해야 할 게 있어요. 어둠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그와 함께 시공이 드러났어요. 너무 늦기 전에 기회를 잡아야 해요. 붕괴가 점점 고조되고 있고, 적들이 목적을 이뤄 가는 사이 우리는 패배하고 있어요.
선봉대는 지금 이 자리에 우리가 있기까지 정말 큰 역할을 해 주었지만, 자발라는 너무 정직하고 엄격해요. 빛을 섬기기 위해 우리가 어둠의 힘을 이용하는 걸 허용하지는 않을 거예요. 어둠으로의 여정이 위험하고 또 전례 없는 일이라는 건 알아요. 저나 당신이나 그런 걸 시도해 본 사람이 많지 않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죠. 우리는 예외가 될 거예요.
물론 오만한 허튼소리처럼 들리겠죠. 쉽게 타락하는 바보들이 하는 그런 얘기처럼요. 하지만 저는 완수해 낼 거예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고 있어요. 다들 제가 어떤 존재가 될지 몰라 두려워하는 거예요. 그들의 공포를 달래 주세요. 전 확실히 통제하고 있어요.
저는 어둠과 접촉하고 그 계획을 엿봤어요. 어둠 자체나 평화와 구원을 주겠다는 그 메시지는 믿지 마세요. 시공은 선물이 아니에요. 도구일 뿐. 우리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조형할 수 있는 도구이고, 전 우리에게 도움이 되도록 조작할 방법을 알아냈어요. 쇄도하는 힘이 워낙 압도적이고 매력적이라 거기에 굴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제 의지는 가장 어두운 밤보다 더 강하고 환하게 빛나고 있어요. 저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길을 열었고, 오래전 사라진 줄 알았던 힘이 제 안에 남아 있다는 걸 알아냈어요.
우린 이길 수 있어요, 아이코라. 이 도구를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모든 전선에서의 공격에 굴복해야 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어요. 이 세계에서 사바툰과 군체의 어둠그림자를 제거할 수 있어요. 그 점을 기억해 주세요. 우리가 어둠과 빛의 힘을 사용하면 그 무엇도 우리에게 저항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도 한때 오시리스가 설파하던 균형을 믿었잖아요. 굳이 얘기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선봉대가 주지 못한 의미와 목표를 찾아낼 수 있는 기회예요. 당신이 만들어 준 토대는 모두에게 안정감을 주겠지만, 그 위에 새로운 것들을 쌓아 나가야만 해요.
우리가 지키려고 싸웠던 이상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게 바로 그런 거예요. 당신이라면 이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설득해서 우리 대의에 동참하게 할 수 있겠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줄 수 있겠죠. 저와 함께해 주세요. 함께라면, 우린 균형을 찾을 수 있어요.
자발라,
우리 세계는 변했어요. 그리고 최후의 도시 사람들은 당신을, 선봉대를 바라보며 모두를 이끌어 주길 바라고 있죠. 우리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두려워하고 금기시했던 것과 얼굴을 맞대야 했어요.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한때 알아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지식을 밝혀냈죠. 시공에는 우리 모두의 총합보다 더 큰 잠재력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도 선봉대는 어둠을 상대로 흔들리지 않는 성전만을 고집하고 있군요.
당신은 우리가 어둠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럴 순 없어요. 그러지 않아야 해요. 어둠을 사용하고 그 힘을 이해해야 해요. 완전한 재앙에 직면하여 저희 힘을 보여줄 기회가 왔어요. 착각하지 마세요. 새로운 붕괴는 이미 도래했어요. 시공이 바로 붕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에요. 적들이 사방에서 몰려들 거예요. 하지만 균형이 우리를 생존할 수 있게 해줄 거예요. 화력만으로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어요. 그게 가능한 일이었다면, 애초에 전쟁지능이 산산이 부서져 쓸모없는 부품 더미가 되는 일도 없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