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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 융합의 시즌 (14시즌)


I - 수락

"이 일의 적임자는 나야!"

까마귀의 목소리가 커다란 창문에 부딪혀 반향을 일으키자, 선봉대 사령관의 사무실은 실제보다 더 동굴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전에도 밤이 되면 자발라의 사무실 가장자리는 어둠에 잠기곤 했지만, 아래쪽 도시에서 소용돌이치는 벡스 에너지 때문에 지금은 더욱더 컴컴했다. 까마귀는 한숨을 내쉬고는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어둠 속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자발라는 창문을 바라보고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푸른 라리마를 깎아 만든 조각상처럼, 무한한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아이코라를 흘긋 바라봤다. 그녀는 두 손을 맞잡은 채 불안한 눈빛으로 까마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도 알고 있네." 영원처럼 길었던 침묵을 깨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자네의 능력과 엘릭스니와의 관계만 고려해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난 정확히 언제까지 여론의 재판을 받아야 하지?" 까마귀가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런 재판이 시작되면 내 죄목이 뭔지 명확히 알 수 있을까?"

자발라는 창문에 비친 각성자의 반영을 바라봤다. 불과 얼마 전 정원을 거닐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의 어깨가 축 처졌다.

"까마귀," 자발라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상당히 민감한 상황이네. 회의는 엘릭스니를 이 도시에 받아들인 것을 두고 우릴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그들이 자네까지 무기로 이용하는 걸 감당할 수는 없네."

"그래, 그런 건가. 정치 공작." 까마귀는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당신네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거겠지. 악감정은 없다고?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당신들이 짓는 표정에 아무 의미도 없다는 말인가?" 자발라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까마귀는 방안 대화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된 계획을 마련하기 전에 자네의 이전 신원이 공개된다면, 자네와 자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해악이 초래될 수 있어." 아이코라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자네를 사랑하는 사람들 말이야." 그녀는 덧붙였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까마귀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거지? 난 계속해서 예전의 내 그림자를 피해 숨어 있어야 한다는 건가? 영원히?"

"영원히는 아니야." 아이코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야 할 필요가 있네."

까마귀는 시선을 아이코라에게 돌리고 그녀의 눈에 가득한 상처를 보았다. 아만다가 망자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녀의 눈에도 어렸던 감정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떠났다.

아이코라는 눈을 감았고, 한껏 참고 있던 숨결이 그녀를 빠져나갔다. "오시리스에게 갈 겁니다." 그녀가 경고했다.

"오시리스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괜찮은 지도자라면, 같은 이야기를 하겠지." 자발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엄청난 피로를 느끼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내려 앉은 침묵 속에서, 아이코라는 수 세대에 걸쳐 쌓아 온 두 사람의 우정이 말 없이 화답하는 것을 느꼈다.

"그를 얼마나 더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솔직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