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번엔 일이 잘 풀린다면 자신, 혹은 아나 만을 위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엘시는 여동생이 자신의 삶에 불어넣은 혼돈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 혼돈은 물건을 제자리에 두어야 한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호기심 많은 고스트의 형태로 나타났다.
"토끼." 엘시가 한숨을 쉬며 위상 커플러를 라벨이 붙은 통에 다시 넣고 고정했다. "내 작업대를 함부로 뒤지면 안 돼. 이 장비 중 일부는 위험하다고."
"라벨을 아주 꼼꼼히 확인했어요, 브레이 양." 고스트는 여분의 태양광 천 아래에서 눈을 반짝였다. 커패시터, 커플러, 발진기가 세련된 패턴으로 그녀의 의체를 장식하고 있었다. "당신이 제 오래된 의체를 분해해 버렸으니, 새 부품이 필요했는걸요."
"네 오래된 의체는 불안정한 나노 기계로 만들어졌었다고. 너를 되려 잡아먹을 수도 있었어."
"글쎄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는 톤을 낮추며 음탕한 어투로 말했다. "...벌거벗은 채로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고요."
엘시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금속 피부에는 정숙함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지만, 그녀는 엑소로 변한 지 몇 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옷을 입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감정, 성량, 몸짓, 그리고 심지어 옷차림 등의 자기 표현은 자기 통제력의 중심이었다.
"그래도 남의 물건을 엉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지." 결국 그녀는 한 발 물러섰다. "수리를 위해 이 부품들이 필요할지도 몰라."
"부서진 것들만 가져갔어요." 토끼는 입구 앞에서 빙글빙글 돌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감탄했다. "당신은 깨진 물건들을 수집할 타입이 아닌 것 같은데요."
엘시는 반론을 할 준비를 했지만, 초현실적인 외계 승객이 객실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생각을 멈췄다. 이 외계 생명체는 베타 물고기처럼 우아하게 공중을 가로지르며 반짝이는 여섯 개의 눈으로 토끼의 고철과 부품을 살폈고, 엘시는 그 모습을 보면서 경이로움과 불편함이 동시에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 외계 생명체, 즉 물고기는 (더 나은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토끼가 발견하기 전까지 천왕성 너머의 버려진 이슈타르 우주 정거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살았는지 알 수 없었고, 때마침 엘시는 토끼를 발견했다. 엘시는 지난 10 여 년 동안 이슈타르 우주 정거장에 인간이 거주한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인간이 물고기를 가져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확실성이 그녀를 괴롭혔다.
자신의 미래와 운명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서는 다가올 전쟁의 모든 영향을 이해해야 했다. 그녀는 승리만이 이 지옥 같은 시간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스스로 확신했다. 그것이 피라미드 함대와의 대승을 의미하든, 동생을 구하는 개인적인 승리를 의미하든, 그녀는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토끼의 이상한 친구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엘시가 앉자 자신의 서보모터가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엑소는 숨을 쉬지 않았지만 긴 숨을 내쉬는 것은 유기체만큼이나 기계적 영혼에도 이로웠다. 전자 신호음이 그녀를 다시 현실로 돌려보냈다. 토끼가 장어같은 외계생명체의 지느러미를 쓸어 올리자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고스트는 그녀의 시선을 앞뒤로 훑었고, 그 생명체는 다시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구르며 따라다녔다. 엘시에게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토끼. 이 친구에게 이런 기술을 가르쳤어?"
토끼는 데굴데굴 구르고는 동료가 뒤따라오자 낄낄댔다. "아뇨, 제가 이걸 발견했을 땐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엘시는 가까이 다가가 물고기를 향해 손을 뻗었고, 물고기는 곧바로 그녀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그것을 뒤집은 다음, 디지털 눈으로 규산염 몸체의 모든 세부 사항을 스캔했다. 머리 아래에서 그녀는 그 생물의 둥지 근처에서 발견한—파괴되어 있던 무기에 새겨진 것과 같은, 세심한 손길로 새겨진 글자를 발견했다.
"포카? 요정같은 이름인걸? 그게 네 이름이니, 아니면 네 종족이니?"